TIME 내용

TIME
혹시 코로나도 잡아먹니? 바이러스 천적 찾았다
등록일
2020-09-26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로 휩쓴 가운데, 바이러스에게도 천적이 나타났다. 바다에서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단세포 생물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과학계는 지구의 풍부한 바이러스 자원을 활용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 비글로 해양과학연구소의 라무나스 스테파나우스카스 박사 연구진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첨단 미생물학’에 “해양 원생동물이 바이러스를 먹이로 삼는다는 사실을 유전자 분석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생동물 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유전자 모두 나와

지구에는 몸무게로 따지면 사람 250억 명에 해당하는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먹이로 삼는 생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왜 생명체가 이렇게 풍부한 자원을 에너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구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박테리아를 먹이로 삼는 원생동물을 찾으려 했다.

원생동물은 뚜렷한 핵 구조를 가진 단세포 진핵생물로, 박테리아보다 좀 더 세포 구조가 발달한 생물이다. 아메바가 대표적인 원생동물이다. 지금까지 원생동물은 같은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를 먹고 산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2009년 미국 동부 메인만과 2016년 스페인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 원생동물 1698 개체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세포 안에서 나온 유전물질 중 원생동물과 다른 것은 먹잇감에서 나왔다고 추정했다.

예상대로 원생동물들에서 박테리아의 유전물질인 DNA가 발견됐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메인만의 원생동물은 유전물질 중 19%만 박테리아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중해 원생동물은 48%로 좀 더 많았다.

반복 분석 결과 원생동물에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바이러스도 발견됐다. 메인만의 원생동물에서 나온 유전물질 중 51%가, 지중해 원생동물은 35%가 바이러스 유전자였다. 원생동물 하나 당 1~52종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대부분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였다. 원생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테리아를 잡아먹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생동물 중 메인만에서만 발견된 코아노조아와 피코조아 두 집단은 달랐다. 이들은 어김없이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박테리아 유전자는 없었다. 오로지 바이러스만 먹이로 삼는 원생동물이라는 의미이다.

몸집 작은 해양생물이 바이러스를 주식 삼아

이번 결과은 원생동물이 바이러스를 잡아먹은 게 아니라 반대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바이러스가 우연히 원생동물에 달라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 저자인 줄리아 브라운 박사는 “특정 바이러스가 특정 원생동물에서만 발견된다는 사실은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또 이번에 발견한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박테리아에만 감염되는 종류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능성은 먹이사슬의 결과이다. 닭을 오리 몸 안에 넣고 굽고 다시 칠면조에 집어넣은 터덕큰 요리처럼, 바이러스가 박테리아에 감염되고 이것을 원생동물이 잡아먹었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유전물질이 같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원생동물은 박테리아를 건너뛰고 바로 바이러스를 먹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생동물이 바이러스를 먹었다면 주식이었을까, 아니면 간식 정도였을까. 연구진은 일부는 바이러스를 부수적인 먹이로 삼았지만, 몸이 워낙 작아 다른 먹이는 손을 대지 못하고 오직 바이러스만 주식으로 먹은 원생동물도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피코조아는 몸길이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3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정도라는 점에서 바이러스만 먹고 살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아노조아도 3~10마이크로미터에 그친다. 바이러스는 몸길이가 0.15마이크로미터 이하여서 작은 원생동물에게 안성맞춤의 먹이인 셈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바이러스를 잡아먹은 원생동물이 자신의 유전자 안에 바이러스 유전자를 끼워 넣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 원생동물이 어떻게 먹잇감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지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출처: 조선일보

Next Prev Menu